본문 바로가기

법학과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어째서 위헌이었을까?

반응형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어째서 위헌이었을까?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제안하였고,
이는 당시 국회에서 투표의원 194인 중 찬성 167인으로 통과되었으며
결국 2004년 정식으로 공포, 시행되었다.

사회 전체적인 혼란이 야기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토의 균형발전 내지는 북한과의 휴전상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것임은 알겠으나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된다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의문과 불신의 시선을 갖게하기에 충분했다.



법률의 개정에 있어 필요한 정족수는 생각보다 적다.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 출석, 출석의 과반수 찬성이면 법률 개정이 가능하다.

즉 이론적으로는 150명이 출석했다 가정했을 때 단 75명의 찬성이면 법안의 개정이 가능하단 것이다.


75명처럼 극단적인 예는 아니지만 사실 본 신행정수도건설에 관한 벌률 또한 167인만의 찬성으로 통과되었으며,

국회의원 수 절반을 간신히 넘는 이 인원들만으로 정하기에 '수도이전'이라는 문제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국론이 통합된 것도 아니었으며 실질적인 필요성이 목전에 닥친것도 아니었다.


결국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맡겨지게 되었으며,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관습헌법'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신선한(?) 논리 위헌을 선언한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라는 것은 비록 성문 헌법전에 기록되어 있지는 않으나,
관습적으로 보았을 때 헌법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인 만큼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법률개정 절차가 아닌 헌법개정 절차를 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성문헌법 체계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관습헌법이라는 개념을 처음 차용한 이 판결을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었다. 궤변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본 논리를 곱씹어보면 참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령 '대한민국의 공용어를 영어로 정한다'와 같은 어이없는 법률이 등장할 때도
본 논리와 같은 방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관습헌법이라는 것을 설정하는 것도
판단하는 것도 모두 헌법재판소에게만 맡겨져 있기에 위험성이 높긴해도 
잘만 사용된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논리구성이 될 것이라 보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5년에는 어느덧 '세종시'가 행정도시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 하다.
비록 아직 많은 사람들은 서울에서 세종시로 통근을 한다던가, 
세종시에는 여전히 많은 부대시설이 부족한다던가 하는 잡음이 일고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여전히 서울에 남는 형태를 채택함으로써 수도는 이전하지 않은 채
행정기능만을 분산시킨다는 본래의 취지 자체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어쨌든 소개한다.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확인 사건이다.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위헌확인 

(2004. 10. 21. 2004헌마554·566(병합)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헌법상 수도의 개념 

2.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 한다)이 수도이전의 의사결정을 포함하는지 여부(적극) 

3.우리 헌법상 관습헌법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관습헌법 인정의 헌법적 근거 

5.관습헌법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기본적 헌법사항 

6. 관습헌법의 일반적 성립요건 

7. 수도의 설정과 이전의 헌법적 의의 

8.‘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인 점’이 자명하고 전제된 헌법규범으로서 불문헌법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9.‘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인 점’이 관습헌법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10.‘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인 점’이 단순한 사실명제가 아니라 규범명제인지 여부(적극) 

11. 관습헌법의 폐지와 사멸 

12.관습헌법을 하위 법률의 형식으로 의식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13.‘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인 점’에 대한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필요한지 여부(적극) 

14.이 사건 법률이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절차에 있어 국민이 가지는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수도는 국가권력의 핵심적 사항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이 집중 소재하여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 그 국가를 상징하는 곳을 의미한다. 헌법기관들 중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는 국회와 행정을 통할하며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소재지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수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특히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가를 상징하고 정부의 수반으로서 국가운용의 최고 통치권자이며 의회는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된 대의기관으로서 오늘날의 간접민주주의 통치구조하에서 주권자의 의사를 대변하고 중요한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므로 이들 두 개의 국가기관은 국가권력의 중심에 있고 국가의 존재와 특성을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2.이 사건 법률은 신행정수도를 “국가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로 새로 건설되는 지역으로서 …… 법률로 정하여지는 지역”이라고 하고(제2조 제1호), 신행정수도의 예정지역을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을 위하여 …… 지정·고시하는 지역”이라고 규정하여(같은 조 제2호), 결국 신행정수도는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 행정기관들이 소재하여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가 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은 비록 이전되는 주요 국가기관의 범위를 개별적으로 확정하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그 이전의 범위는 신행정수도가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정도가 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은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로서 헌법상의 수도개념에 포함되는 국가의 수도를 이전하는 내용을 가지는 것이며, 이 사건 법률에 의한 신행정수도의 이전은 곧 우리나라의 수도의 이전을 의미한다. 


3.우리나라는 성문헌법을 가진 나라로서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전(憲法典)이 헌법의 법원(法源)이 된다. 그러나 성문헌법이라고 하여도 그 속에 모든 헌법사항을 빠짐없이 완전히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간결성과 함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형식적 헌법전에는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이라도 이를 불문헌법(不文憲法) 내지 관습헌법으로 인정할 소지가 있다. 특히 헌법제정 당시 자명(自明)하거나 전제(前提)된 사항 및 보편적 헌법원리와 같은 것은 반드시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헌법사항에 관하여 형성되는 관행 내지 관례가 전부 관습헌법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강제력이 있는 헌법규범으로서 인정되려면 엄격한 요건들이 충족되어야만 하며,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 관습만이 관습헌법으로서 성문의 헌법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 


4.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다. 이와 같이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이며, 국민은 최고의 헌법제정권력이기 때문에 성문헌법의 제·개정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헌법전에 포함되지 아니한 헌법사항을 필요에 따라 관습의 형태로 직접 형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습헌법도 성문헌법과 마찬가지로 주권자인 국민의 헌법적 결단의 의사의 표현이며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민주권주의는 성문이든 관습이든 실정법 전체의 정립에의 국민의 참여를 요구한다고 할 것이며, 국민에 의하여 정립된 관습헌법은 입법권자를 구속하며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5.관습헌법이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관습이 성립하는 사항이 단지 법률로 정할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헌법에 의하여 규율되어 법률에 대하여 효력상 우위를 가져야 할 만큼 헌법적으로 중요한 기본적 사항이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실질적인 헌법사항이라고 함은 널리 국가의 조직에 관한 사항이나 국가기관의 권한 구성에 관한 사항 혹은 개인의 국가권력에 대한 지위를 포함하여 말하는 것이지만, 관습헌법은 이와 같은 일반적인 헌법사항에 해당하는 내용 중에서도 특히 국가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으로서 법률에 의하여 규율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항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인 헌법사항 중 과연 어디까지가 이러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헌법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일반추상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재단할 수는 없고, 개별적 문제사항에서 헌법적 원칙성과 중요성 및 헌법원리를 통하여 평가하는 구체적 판단에 의하여 확정하여야 한다. 


6.관습헌법이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관습법의 성립에서 요구되는 일반적 성립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기본적 헌법사항에 관하여 어떠한 관행 내지 관례가 존재하고, 둘째, 그 관행은 국민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사라지지 않을 관행이라고 인정할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반복 내지 계속되어야 하며(반복·계속성), 셋째, 관행은 지속성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서 그 중간에 반대되는 관행이 이루어져서는 아니 되고(항상성), 넷째, 관행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모호한 것이 아닌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명료성). 또한 다섯째, 이러한 관행이 헌법관습으로서 국민들의 승인 내지 확신 또는 폭넓은 컨센서스를 얻어 국민이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어야 한다(국민적 합의). 


7.헌법기관의 소재지, 특히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민주주의적 통치원리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의회의 소재지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을 표현하는 실질적 헌법사항의 하나이다. 여기서 국가의 정체성이란 국가의 정서적 통일의 원천으로서 그 국민의 역사와 경험, 문화와 정치 및 경제, 그 권력구조나 정신적 상징 등이 종합적으로 표출됨으로써 형성되는 국가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수도를 설정하는 것 이외에도 국명(國名)을 정하는 것, 우리말을 국어(國語)로 하고 우리글을 한글로 하는 것, 영토를 획정하고 국가주권의 소재를 밝히는 것 등이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기본적 헌법사항이 된다고 할 것이다. 수도를 설정하거나 이전하는 것은 국회와 대통령 등 최고 헌법기관들의 위치를 설정하여 국가조직의 근간을 장소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서, 국가생활에 관한 국민의 근본적 결단임과 동시에 국가를 구성하는 기반이 되는 핵심적 헌법사항에 속한다. 


8.우리 헌법전상으로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문의 조항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현재의 서울 지역이 수도인 것은 그 명칭상으로도 자명한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성립 이전부터 국민들이 이미 역사적, 전통적 사실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대한민국의 건국에 즈음하여서도 국가의 기본구성에 관한 당연한 전제사실 내지 자명한 사실로서 아무런 의문도 제기될 수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제헌헌법 등 우리 헌법제정의 시초부터 ‘서울에 수도(서울)를 둔다.’는 등의 동어반복적인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헌법조항을 설치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것이었다. 서울이 바로 수도인 것은 국가생활의 오랜 전통과 관습에서 확고하게 형성된 자명한 사실 또는 전제된 사실로서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의 국가구성에 관한 강제력 있는 법규범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9.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것은 조선시대 이래 600여 년 간 우리나라의 국가생활에 관한 당연한 규범적 사실이 되어 왔으므로 우리나라의 국가생활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형성되어있는 계속적 관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계속성), 이러한 관행은 변함없이 오랜 기간 실효적으로 지속되어 중간에 깨어진 일이 없으며(항상성),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개인적 견해 차이를 보일 수 없는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며(명료성), 나아가 이러한 관행은 오랜 세월간 굳어져 와서 국민들의 승인과 폭넓은 컨센서스를 이미 얻어(국민적 합의) 국민이 실효성과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는 국가생활의 기본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하여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10.관습헌법의 제 요건을 갖추고 있는 ‘서울이 수도인 사실’은 단순한 사실명제가 아니고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불문의 헌법규범으로 승화된 것이며, 사실명제로부터 당위명제를 도출해 낸 것이 아니라 그 규범력에 대한 다툼이 없이 이어져 오면서 그 규범성이 사실명제의 뒤에 잠재되어 왔을 뿐이다. 


11.어느 법규범이 관습헌법으로 인정된다면 그 개정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관습헌법도 헌법의 일부로서 성문헌법의 경우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그 법규범은 최소한 헌법 제130조에 의거한 헌법개정의 방법에 의하여만 개정될 수 있다. 따라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한 국회의 의결을 얻은 다음(헌법 제130조 제1항)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헌법 제130조 제3항). 다만 이 경우 관습헌법규범은 헌법전에 그에 상반하는 법규범을 첨가함에 의하여 폐지하게 되는 점에서, 헌법전으로부터 관계되는 헌법조항을 삭제함으로써 폐지되는 성문헌법규범과는 구분된다. 한편 이러한 형식적인 헌법개정 외에도, 관습헌법은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국민적 합의성을 상실함에 의하여 법적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 관습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유효한 헌법규범으로 인정되는 동안에만 존속하는 것이며, 관습법의 존속요건의 하나인 국민적 합의성이 소멸되면 관습헌법으로서의 법적 효력도 상실하게 된다. 관습헌법의 요건들은 그 성립의 요건일 뿐만 아니라 효력 유지의 요건이다. 


12.우리나라와 같은 성문의 경성헌법 체제에서 인정되는 관습헌법사항은 하위규범형식인 법률에 의하여 개정될 수 없다. 영국과 같이 불문의 연성헌법 체제에서는 법률에 대하여 우위를 가지는 헌법전이라는 규범형식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사항의 개정은 일반적으로 법률개정의 방법에 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의 경우 헌법 제10장 제128조 내지 제130조는 일반법률의 개정절차와는 다른 엄격한 헌법개정절차를 정하고 있으며, 동 헌법개정절차의 대상을 단지 ‘헌법’이라고만 하고 있다. 따라서 관습헌법도 헌법에 해당하는 이상 여기서 말하는 헌법개정의 대상인 헌법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헌법의 개정절차와 법률의 개정절차를 준별하고 헌법의 개정절차를 엄격히 한 우리 헌법의 체제 내에서 만약 관습헌법을 법률에 의하여 개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관습헌법을 더 이상 ‘헌법’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고 단지 관습‘법률’로 인정하는 것이며, 결국 관습헌법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결과는 성문헌법체제하에서도 관습헌법을 인정하는 대전제와 논리적으로 모순된 것이므로 우리 헌법체제상 수용될 수 없다. 


13.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에 대한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경우 성문의 조항과 다른 것은 성문의 수도조항이 존재한다면 이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이 필요하겠지만 관습헌법은 이에 반하는 내용의 새로운 수도설정조항을 헌법에 넣는 것만으로 그 폐지가 이루어지는 점에 있다. 다만 헌법규범으로 정립된 관습이라고 하더라도 세월의 흐름과 헌법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에 대한 침범이 발생하고 나아가 그 위반이 일반화되어 그 법적 효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상실되기에 이른 경우에는 관습헌법은 자연히 사멸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멸을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국민에 대한 종합적 의사의 확인으로서 국민투표 등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고려될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에 이러한 사멸의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인 것은 우리 헌법상 관습헌법으로 정립된 사항이며 여기에는 아무런 사정의 변화도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개정의 절차에 의하여야 한다. 


14.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의하여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수도를 충청권의 일부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이 사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헌법개정사항을 헌법보다 하위의 일반 법률에 의하여 개정하는 것이 된다. 한편 헌법 제130조에 의하면 헌법의 개정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야만 하므로 국민은 헌법개정에 관하여 찬반투표를 통하여 그 의견을 표명할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은 헌법개정사항인 수도의 이전을 헌법개정의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단지 단순법률의 형태로 실현시킨 것으로서 결국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서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한 것이므로 동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김영일의 별개의견 

1.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 국민투표의 대상이다. 

가.수도의 위치는 국가존재의 의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국가안위에 관한 문제이고, 통일과정 및 통일의 전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통일에 관한 문제이며, 국가방위전략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기 때문에 국방에 관한 문제이므로,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가 정한 ‘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정책’에 해당한다. 

나.수도이전문제는 대의기관의 의사를 통하여 추정되는 국민의사와 별도로 현실적인 국민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가 정한 ‘중요정책’에 해당한다. 

다.따라서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가 정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여 국민투표의 대상이 된다. 

2.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행위는 자유재량행위이지만,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을 국민투표에 붙이지 아니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 


한 것으로서 재량권이 부여된 근거되는 법규범인 헌법 제72조에 위반된다. 

가.법치주의의 원리는 어떠한 공권력작용이라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요구하므로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행위가 자유재량행위라 하더라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 재량권 행사는 그 재량권을 부여한 근거되는 법규범에 위반되며, 이와 같은 법리는 행정법분야뿐만 아니라 공권력작용 일반에 대하여 적용된 다. 

나.헌법 제72조는 단순히 국민투표부의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만을 규정한 조문이 아니라 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아울러 규정하여 우리 헌법상 통치구조의 제도적 근간을 규정한 조문이라고 이해되고, 우리 헌법은 대의제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정책에 관하여는 직접민주제의 요소를 채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정책에 관하여 대의기관은 국민들의 현실의사에 기속된다. 따라서 국민이 대의기관에 의한 정책결정을 하지 아니하고 직접 국민투표로 결정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대의기관이 이러한 의사를 무시하고 스스로 결정을 하거나, 대의기관의 의사가 국민의 현실의사와 다르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대의기관이 국민의 현실의사로 추정되는 것을 무시하고 반대되는 결정을 한다면, 헌법 제72조의 입법정신과 입법목적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된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을 대통령이나 국회와 같은 대의기관에 위임하지 아니하고 직접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고 신행정수도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이를 국민투표에 붙이지 아니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것이다. 

다.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을 국민투표에 붙이지 아니하는 것은 합리성을 결하였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자의금지원칙에 반하고, 또 국민들은 수도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리라는 신뢰와 대의기관이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여 행동하지는 않으리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음을 추인할 수 있어 신뢰보호원칙에도 반하므로, 이를 국민투표에 붙이지 아 


니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것이다. 

3.그리하여 대통령이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한다면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선택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고, 따라서 대통령은 이를 국민투표에 붙일 의무가 있으며, 이에 따라 국민은 이를 국민투표에 붙이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고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부의하기 전이라도 이에 관한 구체적 국민투표권을 가진다. 

4.이 사건 법률은 수도이전에 관한 국가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국민투표를 확정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이고, 또한 대통령의 법률안제출행위에 있는 헌법 제72조를 위반한 흠이 그 자체로 법률제정의 흠이라고 평가되거나 적어도 국회의 법률안의결행위에 승계되어 법률제정에 흠이 있게 되어, 국민의 한사람들인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의 제정·시행으로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당하였다. 

5.다수의견과 같이 수도의 위치가 관습헌법규범이라는 입장에 서더라도, 청구인들은 이 경우 헌법 제130조의 국민투표권 뿐만 아니라 헌법 제130조의 국민투표가 실시됨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과 헌법 제130조의 국민투표권과 선택적 권리인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은 이 모두를 배제한 것으로 각 국민투표권 모두를 침해한 법률이 된다. 

6.국민의 법적 확신이 변화·소멸되었음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헌법개정절차에 의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논리에 의문이 있고, 다수의견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결정으로 수도위치에 관한 규범의 형태가 관습헌법규범에서 성문헌법규범으로 변경되는 결과가 된다면 규범의 존재양식을 선택하는 헌법개정권력의 권한을 헌법재판소가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되며, 헌법규범이 아닌 사항에 관하여 국민투표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다수의견은 어떠한 방법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하고, 관습헌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수도문제에 관하여 현행헌법의 틀 내에서 위헌적 상황을 교정할 방법이 있는데도 다수의견은 헌법개정의 방법을 전제로 하는 무리한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7.이 사건 법률이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 

1.다수의견의 논지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받아들일 수 없다. 

가.역사적으로 수도의 소재지는 국가 정체성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었으나, 자유민주주의와 입헌주의를 주된 가치로 하는 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의 통제와 합리화를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실현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며, 수도의 소재지가 어디냐는 그 목적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헌법상 수도의 위치가 반드시 헌법제정권자나 헌법개정권자가 직접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 할 수 없다. 

나.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자명하게 인식되어 온 관행에 속한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그것을 강제력 있는 법규범으로 확신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수도이전 문제는 이 사건 심판청구 무렵에야 우리 사회의 주된 쟁점이 되었고, 여야 국회의원들은 수도이전 사안이 국민의 헌법적 확신을 지니는 헌법사항이라든가, 헌법개정절차를 통하여야 하므로 입법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든가 하는 점에 관한 인식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서울이 수도”라는 관행적 “사실”에서 관습헌법이라는 “당위규범”이 인정될 수 없다. 

다.성문헌법을 지닌 법체제에서,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일한” 혹은 “특정 성문헌법 조항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효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 성문의 헌법전은 헌법제정권자인 국민들이 직접 “명시적” 의사표시로써 제정한 최고법규범으로서 모든 국가권력을 기속하는 강한 힘을 보유하는 것이며, 그 내용의 개정은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러한 성문헌법의 강한 힘은 국민주권의 명시적 의사가 특정한 헌법제정절차를 거쳐서 수렴되었다는 점에서 가능한 것이다. 관습만으로는 헌법을 특징화하는 그러한 우세한 힘을 보유할 수 없다.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으로부터 동떨어져 성립하거나 존속할 수 없고 항상 성문헌법의 여러 원리와 조화를 이룸으로써만 성립하고 존속하는 “보완적 


효력”만을 지닌다. 이러한 법리는 관습헌법의 내용이 “중요한 헌법사항”이라 하더라도 동일하다. 

라.관습헌법이란 실질적 의미의 헌법사항이 관습으로 규율되고 있다는 것을 뜻할 뿐이며, 관습헌법이라고 해서 성문헌법과 똑같은 효력이 인정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또한 헌법의 개정은 “형식적 의미”의 헌법, 즉 성문헌법과 관련된 개념이므로, 관습헌법의 변경은 헌법의 개정에 속하지 않으며 헌법이 마련한 대의민주주의 절차인 법률의 제정, 개정을 통하여 다루어질 수 있다. 

마.“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의 변경은 헌법개정에 의해야 한다면, 이는 관습헌법에 대하여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입법권보다 우월적인 힘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수도이전과 같은 헌법관습의 변경의 경우에도, 별도로 이를 제한하는 헌법규정이 없으므로, 국회의 입법으로 가능하다. 이 사건 법률은 국회의원들의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었는데, 그러한 입법이 국민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혹은 민의를 배신하였다는 정치적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별도로 하고, 헌법적 측면에서 그것이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아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바.이러한 이유에서 이 사건 법률이 헌법 제130조 제2항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다. 

2.한편 별개의견은 이 사건 법률이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하나,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의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을 주고 있는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그 재량이 달라진다고 해석할 수 없다. 또한 그러한 재량은 헌법이 직접 부여한 것이므로, 행정법상의 재량권의 일탈·남용 법리는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 


3.결국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침해 주장은 권리의 침해가능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적법하다. 청구인들의 다른 기본권 침해 주장 역시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 직접성 혹은 현재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이 사건은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헌법소원절차에서 헌법재판소가 본안판단을 하기에 부적법한 것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