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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형사/판례] 오버워치 에임핵 처벌에 관한 대법원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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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례] 오버워치 에임핵 처벌에 관한 대법원 판례

 

어린 시절부터 참 많은 게임을 해왔지만, 유독 FPS 게임에는 소질이 없었다. 처음 PC방에 갔을 때 유행하고 있었던 '레인보우 식스'나 '카르마', 대학생 때 참 많이들 했던 게임인 '서든어택'에 이르기까지, FPS 장르 특유의 1인칭과 3D 그래픽은 내게 너무 복잡하고 어지럽기만 했다. 

 

내가 FPS 장르에 소질이 없더라도, 친구들과 놀다 보면 함께 PC방에 가서 서든어택에 접속하는 일은 생각보다 잦았다. 난 초집중을 하고 WASD를 눌러대며 총을 머리로 조준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어찌나 힘들던지, 또 일단 적이 나타났을 때 한 번 총을 쏘고 나면, 반동 때문에 조준점이 위로 상승해서 그걸 다시 아래로 내리는 것이 얼마나 정신없던지, 아직까지도 '내기 게임'을 할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어쨌든, 나와 같이 FPS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치 고수의 플레이와 같은 형태를 만들어주는 여러 불법 프로그램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FPS 게임에는 '에임핵'이라는 불법 프로그램이 존재하는데, 조준을 뜻하는 '에임'+'핵'을 의미한다. 예전 서든어택에서는 쏘기만 하면 헤드샷이 쏘아지는 핵이 있었다고 어렴풋이 전해 들은 기억이 있다. "너 핵이지??"라는 말이 FPS 유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칭찬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만큼, '핵'의 위력은 매우 크다.

어쨌든, 오늘 소개할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에임핵'에 관한 것이다.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WOW, 하스스톤(추가로 히어로즈 오브 스톰도!) 등 수도 없이 많은 유명 게임 시리즈를 제작한 회사인 '블리자드'사의 FPS 게임인 '오버워치'에서 "처음 사격이 성공한 다음부터 상대방 캐릭터를 자동으로 조준해 주는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을 판매한 사람에 대해서 판단을 했던 사건이다. 대법원 판례에 나타난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살펴보면, 최초 타인을 조준하여 맞출 경우, 빨간색의 체력바(bar)가 나타나게 되는데, 그러면 에임핵은 그 빨간색의 체력바 이미지를 인식하여, 그와 동일한 이미지를 따라 마우스의 위치를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자동 조준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의 2심 판결을 보면, 그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와있는데, 이 사건 피고인은 오버워치의 '에임핵'을 인터넷을 통해 개당 4만 원의 가격에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판매 횟수가 무려 3,612회에 달하고, 그 판매로 인해 얻은 금전적 이익이 199,230,000원에 달한다. 최소한 3,612명의 핵 유저를 양산한 것이다.

사건의 담당 검사는 이 에임핵 판매자를 두 가지의 범죄로 기소했다. 

 

첫 번째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이었다. 누구든지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요건에 따른 범죄이다. '에임핵'과 같은 것은 당연하게도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게임 플레이 정상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비승인 컴퓨터 프로그램이므로, 이 사건 피고인에게 게임산업법 위반이 성립될 수 있음은 자명했다.

 

문제는 검사가 기소한 두 번째 죄명이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이다.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한 자를 처벌하는 범죄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악성프로그램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관하여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이 대립하였다. 검사의 입장은, 악성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 역시 포함되는 개념이므로, 정당한 게임 플레이를 방해할 수 있는 에임핵은 이러한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여, 그것을 유포한 피고인이 정보통신망법위반이 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변호인의 입장은 달랐다. 정보통신망법상 악성 프로그램에 대한 범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객체인 정보통신망(서버)에 기능 수행 장애 등 무언가 악영향을 미쳐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에임핵의 경우 사용자가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여 실행하는 방식에 불과하고, 서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에,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2심인 인천지방법원에서는 검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3심인 대법원에서는 변호인의 의견을 따라, 이 사건 오버워치 '에임핵'이 정보통신망법위반의 '악성프로그램'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게임산업진흥법위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받긴 하였으나, 기소 죄명 중 일부에 대해서는 법리상 무죄를 받아낼 수 있었던 그런 사건이다. 어쨌든, 이 사건 판례와 무관하게 '에임핵' 같은 것도 사지도, 팔지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오버워치 에임핵에 관한 판례,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9도2862 판결을 소개한다.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9도2862 판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공2020하,2197]

【판시사항】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의2와 제48조 제2항은 악성프로그램을 전달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만으로 범죄 성립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그로 말미암아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그 운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을 필요로 하는지 여부(소극) /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피고인이 갑 유한회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슈팅게임에서, 위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을 더욱 쉽게 조준하여 사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처음 사격이 성공한 다음부터 상대방 캐릭터를 자동으로 조준해 주는 기능을 하는 을 프로그램을 판매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였다고 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을 프로그램이 같은 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8조 제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0조의2는 “제4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2와 제48조 제2항은 악성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이하 ‘정보통신시스템 등’이라 한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만으로 범죄 성립을 인정하고, 그로 말미암아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그 운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와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의 설치나 작동 등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피고인이 갑 유한회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슈팅게임에서, 위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을 더욱 쉽게 조준하여 사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처음 사격이 성공한 다음부터 상대방 캐릭터를 자동으로 조준해 주는 기능을 하는 을 프로그램을 판매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였다고 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 캐릭터를 처음 사격하는 데 성공하면 상대방 캐릭터 근처에 붉은색 체력 바(bar)가 나타나는데, 을 프로그램은 체력 바의 이미지를 분석한 다음 게임 화면에서 그와 동일한 이미지를 인식하여 해당 좌표로 마우스 커서를 이동시키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점, 을 프로그램은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그 컴퓨터 내에서만 실행되고 정보통신시스템이나 게임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으며,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에서 상대방 캐릭터에 대한 조준과 사격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줄 뿐, 을 프로그램을 실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반 이용자가 직접 상대방 캐릭터를 조준하여 사격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이 수행되는 점, 을 프로그램이 서버를 점거함으로써 다른 이용자들의 서버 접속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서버 접속을 어렵게 만들고 서버에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등으로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을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2항, 제70조의2 [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2항, 제70조의2,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7도16520 판결(공2020상, 285)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민후 담당변호사 김경환 외 2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9. 2. 1. 선고 2018노218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참고자료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과 원심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위반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공소외 유한회사가 운영하는 ‘○○○○’ 게임(이하 ‘이 사건 게임’이라 한다)에서 상대방을 자동으로 조준하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 한다)을 판매함으로써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2, 제48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에 정해진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 해당 여부

가.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0조의2는 “제4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2와 제48조 제2항은 악성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이하 ‘정보통신시스템 등’이라 한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만으로 범죄 성립을 인정하고, 그로 말미암아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그 운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와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의 설치나 작동 등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7도16520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이 사건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을 더욱 쉽게 조준하여 사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처음 사격이 성공한 다음부터 상대방 캐릭터를 자동으로 조준해 주는 기능을 한다. 이 사건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 캐릭터를 처음 사격하는 데 성공하면 상대방 캐릭터 근처에 붉은색 체력 바(bar)가 나타나는데, 이 사건 프로그램은 체력 바의 이미지를 분석한 다음 게임 화면에서 그와 동일한 이미지를 인식하여 해당 좌표로 마우스 커서를 이동시키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그 컴퓨터 내에서만 실행되고, 정보통신시스템이나 게임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에서 상대방 캐릭터에 대한 조준과 사격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줄 뿐이고, 이 사건 프로그램을 실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반 이용자가 직접 상대방 캐릭터를 조준하여 사격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이 수행된다.

이 사건 프로그램이 서버를 점거함으로써 다른 이용자들의 서버 접속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서버 접속을 어렵게 만들고 서버에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등으로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볼 증거가 없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정보통신망법 위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공소사실이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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