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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형사/판례] 노래방 도우미와 성관계에 '강간죄'가 인정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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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례] 노래방 도우미와 성관계에 '강간죄'가 인정된 사건

 

 

예전에 인터넷에서 보았던 댓글 중, 강간을 당할 때 '적극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방어하지 않으면' 강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쓰여있던 것이 있었다.

 

실제로 그 댓글 작성자의 말처럼 '적극적인 방어'가 없다고 하여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일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성범죄의 경우 특히나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강간을 당하는 것이 낫다'는 안타까운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방어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으며, 나아가 범죄자의 범죄 행위 자체가 아니라 피해자의 피해 방어행위 강약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합리하다.

 

대법원 역시도 같은 태도이다.

대법원은 강간죄의 판단에 있어서,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당연한 판결이다. 도망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범죄자와의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며, 강간에 대해 거부하고 반항하였다면 그 반항이 굳이 "사력을 다한 반항"이 아니어도 당연히 간음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봄이 옳을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판결은 이른바 '노래방 도우미'가 피해자인 사건이다. 피고인은 노래방 도우미인 피해자와 노래방 내에 단 둘이 있던 상황에서, 피해자를 완력으로 억압한 후 피해자가 울면서 '살려 달라'라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노래방 소파 구석으로 몰아 넣은 뒤 강제로 구강성교 및 강간을 행하였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 원심 법원은 노래방 도우미의 반항 정도가 약했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강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물론 판결문에 적시되지 않은 재판 내부의 다른 사정이 고려되었겠으나, 판결문 내용만 보았을 때에는 조금 의아한 부분이 많다. 특히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기를 잡거나 피고인이 성기를 피해자의 입 안에 넣었을 때 피해자로서는 보다 적절하게 피고인에게 대항하여 그 자리를 모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그와 같이 행동하지 않은 점"이라는 부분이 그러하다. 원심 재판부가 말하는 "보다 적절한 대항"이 무엇이었을지 나로선 떠올리기 어렵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에 성기를 넣었을 때, 그것을 깨물어서 피고인을 제압하기라도 했어야 했던 것일까. 아무래도 피해자의 직업이 노래방 도우미라는 점을 고려하여 성범죄를 부정하고자 했던 것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원심 판결문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피해자의 직업과 무관하게 객관적인 상황만을 근거로 하여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노래방 도우미가 비록 성과 관련된 일을 할 수는 있으나, 피해자가 성 관련 일을 한다고 하여 강간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대법원이 원심의 판단을 뒤집은 데에는 피고인이 '술 한 잔 먹고 실수를 하였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피해자에게 그녀가 요구하는 금원의 일부를 지급할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였다."는 부분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 같다. 피해자가 요구한 것이 화대였을지, 합의금이였을지 나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령 그 요구금액이 화대라고 하더라도, 돈(화대)을 지급한 후 성관계를 갖는 것과, 일단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후 돈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결이 다르다. 대법원의 판단을 지지한다.

 

어쩄든 이러한 내용이 담긴 판결의 전문을 소개한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이다.

 


【판시사항】

[1]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강간행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당시 행위 상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과의 성교 당시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항거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2] 강간행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당시 행위 상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과의 성교 당시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항거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297조, 제301조[2] 형법 제297조, 제301조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현성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5. 4. 28. 선고 2005노9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이 노래방의 방실 밖으로 나간 일이 있음에도 피해자가 그대로 머물러 있었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리거나 위협적인 말로 협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그녀의 옷이 벗겨진 경위에 관하여 다소 일관성 없게 진술하고 있는 점, 피해자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양손이나 몸으로 피해자의 어깨부위를 강하게 눌렀다면 피해자의 어깨부위 등에 멍이 드는 등 상당한 정도의 상해를 입었을만한데 그와 같은 상처가 없는 점, 성행위 당시 피해자가 몸을 일으켜 그 장소를 탈출하려고 하거나 소리를 질러 구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항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기를 잡거나 피고인이 성기를 피해자의 입 안에 넣었을 때 피해자로서는 보다 적절하게 피고인에게 대항하여 그 자리를 모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그와 같이 행동하지 않은 점, 공소외 1, 공소외 2가 이 사건 노래방에 들어와서 성교가 중단되었을 당시 피해자가 공소외 1 등에게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하였다고 말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렵거나 그것만으로는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의 진술은 성교 후의 정황에 관한 것이거나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에게 강간을 당하였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는 것에 불과하며, 피해자가 입었다는 외음부찰과상, 외음부습진은 다른 원인에 의하여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어서 피고인과의 이 사건 성관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된다.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른바 노래방 도우미로서, "피고인 운영의 노래방에 와서 피고인 및 그 일행들의 유흥을 돋우는 일을 하다가 피고인의 일행들이 먼저 귀가한 후 1시간 더 연장하자는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과 단둘이 노래방에 있던 중, 피해자가 울면서 하지 말라고 하고 '사람 살려'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반항하였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소파에 밀어붙이고 양쪽 어깨를 눌러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등으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는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이 강간범의를 확정적으로 드러내기 이전에 피해자가 노래방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었다거나 옷이 벗겨진 구체적인 경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만으로 쉽사리 배척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은 "이 사건 후 노래방에 갔더니 피해자가 울면서 옷을 입고 있었고, 그 후 피고인은 '술 한 잔 먹고 실수를 하였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피해자에게 그녀가 요구하는 금원의 일부를 지급할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그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을 위의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가 당시 피고인과 단둘이 노래방 안에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항거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또한, 비록 피해자의 외음부찰과상, 외음부습진이 일반적으로는 강간행위 이외의 원인에 의하여서도 생길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발생 후 너무 아파서 잠을 자지 못하여 이 사건 당일 바로 치료를 받은 결과 외음부찰과상 등으로 진단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자료도 없는 이상, 피해자의 외음부찰과상 등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입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강간치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더욱 심리한 후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윤재식 고현철 김영란(주심)


(출처 : 대법원 2005. 7. 28. 선고 판결 [강간치상] > 종합법률정보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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