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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형법] '신호진의 만화로 보는 형법 판례'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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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신호진의 만화로 보는 형법 판례'를 보다


사법시험 공부를 한 사람 중에 

'신호진'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글의 편의상 신호진이라는 이름 뒤에 박사, 강사 등의 호칭은 빼도록 하겠다)


형법 공부에 있어서 신호진이라는 이름이 주는 믿음은 굉장하다.

오랜 시간동안 신림동의 1위 강사를 유지하며 쌓아온 경험과

그의 대표 저서인 '형법요론'의 완성도는 가히 엄청나기 때문이다.


물론 2차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인기를 얻지 못해 포기했다는 소문 또한 존재하지만

여전히 사법시험 1차 형법과목과 그 외 다른 시험들의 형법 시험에선 

그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건재하다.




공부가 짧은 내 방에 있는 신호진의 책만해도  무려 7권이다.

이외에도 2년치의 신호진 형법 진도별 모의고사와 학교 사물함에 있는 책을 합하면 정말 어마어마 할 것이다.


그 유명한 형법요론 외에도 출제의 포인트, 형판총 등등 위의 사진 찍으면서 느낀건데 생각보다 참 많다.

최신 판례집 한권을 살 때에도 역시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책을 사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 하에

나는 항상 신호진의 책을 사곤 했던 탓이다.



어쨌든 이러한 신호진이 몇 년 전에 새로운 책을 하나 출간했다.

'신호진의 만화로 보는 형법 판례'라는 책이었는데, 그 책의 출간 후 광고 수단으로 

월간으로 나오던 법률저널(아니라면 한국고시 였던가... 잘 기억나진 않지만)이라는 

고시신문의 마지막 페이지에 그 만화를 하나씩 수록해주곤 하였다.


신문에 실린 신호진의 만화로 보는 형법 판례 광고를 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참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삶이 무미건조한 법대생들을 겨냥하고 만든 책이기에 어쩔 수 없겠으나, 

대사나 장면의 묘사가 굉장히 자극적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확실히 덕분에 재미가 있기는 하다. 

대체로 리딩케이스들만을 다루고 있기에 판례 내용 자체는 모두 아는 것이나 

자극적인 그림체와 내용 구성을 즐기는 것은 꽤나 재미있다.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이 신호진의 만화로 보는 형법 판례 책을 보게 되어

쓱쓱 훑어 보려는 생각에 첫 페이지를 넘겼다가 4권을 보고 나서야 자리를 일어날 수 있었기도 했다.


그런데 위의 말처럼 자극적인 만화 구성을 사용한다던가, 재미를 가미 시키기 위해 그림을 그리다가

신호진이 잘못 표현하게 된 부분이 있어서(아마 정확하게는 미처 검수를 하지 못한 부분일 것이다)

오늘은 블로그에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해볼까 한다.



먼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대상 판결문을 소개한다.


대법원 1984.1.31. 선고 83도3027 판결 

절도ㆍ인장위조ㆍ사문서위조ㆍ사문서위조행사ㆍ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ㆍ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행사】 

[집32(1)형,377;공1984.4.1.(725),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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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별거중인 남편이 궤짝에 넣어 보관중인 인장을 처가 소지한 열쇠를 사용하여 취거한 경우 절도죄의 성부


【판결요지】 

인장이 들은 돈궤짝을 사실상 별개 가옥에 별거 중인 남편이 그 거주가옥에 보관중이었다면 처가 그 돈궤짝의 열쇠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안에 들은 인장은 처의 단독보관하에 있은 것이 아니라 남편과 공동보관하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공동보관자중의 1인인 처가 다른 보관자인 남편의 동의없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위 인장을 취거한 이상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조조문】 

형법 제329조, 민법 제197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장현태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1983.11.4. 선고 82노50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피고인들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이 유지한 1심판결 채용의 증거에 의하면 1심판시와 같이 피고인들이 피해자 공소외 1의 처였던 공소외 2와 공모하여 위 피해자의 인장을 절취하고 이와 동일한 인장을 위조하였으며 또 피고인 1은 위조된 위 인장을 사용하여 위 피해자 명의의 부동산 매매예약서 1매와 가등기신청에 관한 위임장 1매를 위조하고 이를 가등기신청서에 첨부하여 등기공무원에게 제출함으로써 행사하고 그 정을 모르는 등기공무원으로 하여금 공정증서원본인 등기부에 불실의 가등기기재를 하게 한 후 이를 등기소에 비치케 하여 행사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되는 바, 위와 같은 사실인정에 거친 1심의 증거취사과정을 살펴보면 소론 적시의 공소외 2나 이음전 등의 진술을 채택하지 아니한 조치에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특히 인장절취의 점에 관하여 논지는 그 인장은 피해자의 처였던 공소외 2가 보관중이던 것이므로 이를 공소외 2의 의사에 따라 가져온 것이 절취가 될 수 없다고 다투고 있는바, 검사의 최명효에 대한 진술조서기재와 1심증인 김영희의 증언에 의하면 위 공소외 2는 피해자의 인장이 들어 있던 돈궤짝의 열쇠를 보관하고 있다가 이를 공소외 김영희에게 주어 위 인장을 꺼내어 오게 한사실이 인정됨은 소론과 같으나, 1심 거시증거에 의하면 당시 위 피해자와 공소외 2는 사실상 별개 가옥에 별거중이면서 위 인장이 들은 돈궤짝은 피해자가 그 거주가옥에 보관중이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공소외 2가 돈궤짝의 열쇠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하여도 그 안에 들은 인장은 공소외 2의 단독보관하에 있은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공동보관하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동보관자중의 1인인 공소외 2가 다른 보관자인 위 피해자의 동의를 얻음이 없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위 인장을 취거한 이상 절도죄를 구성한다 고 볼 것이므로, 공소외 2의 범행에 공모가담한 피고인들의 행위를 절도죄로 의율한 1심조치는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법률오해의 위법이 없다. 


결국 논지는 모두 이유없으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성렬(재판장) 이일규 전상석 이회창 




본 판결에선 문제되는 부분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절도죄에 있어 그 객체와 소유권의 관계에 대해 일응 합리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본 판례가 신호진의 만화로 보는 형법 판례로 옮겨지면서 본 사건의 사실관계와 큰 차이가 생기게 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 장면이다.






왼쪽의 집이 판례상 문제가 된 금고가 보관되어 있는 남편의 집이다.

이 중 집의 뒷편 배경을 보면 검은색으로 처리가 되어 있으며

오른쪽 아내의 대사를 보면 '남편이 늦게 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특히 배경의 짙은 검은색은 시간적 배경이 야간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결국 만화의 저 장면을 사실관계로 파악한다면 

피고인은 위 판례처럼 단순 절도죄가 아닌 형법 제 330조의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의율되었어야 하는 것이기에

본 판례 만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 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 

야간에 사람의 주거, 간수하는 저택, 건조물이나 선박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먼저 비록 아내가 남편과 별거 중이었다고하나 남편의 집에 들어간 것이 주거 침입을 구성하는 가에 대해서 살펴보면,

별거 중이었다는 것이 사실관계상 명백하기에 주거에 들어갈 권한 없는 자로 볼 것이 옳을 것이며

설령 남편의 동의 하에 자주 드나들던 관계라고 가정해보아도 본 사례처럼 범죄의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즉 사안에서의 아내의 행위가 주거 침입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할 것이다.



결국 만약 본 실제 사안에서처럼 그 절도 행위가 야간이 아닌 낮에 이루어졌다면

이론상 아내에겐 절도죄와 주거침입죄의 실체적 경합범이 성립 될 것이다.


그러나 단순 절도가 아닌 야간주거침입절도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이를 절도로 그치게 하는 것이

매우 부당하다고 할 수 있기에 본 만화의 배경 채색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저 배경의 짙은 검은 채색을 '야간이 아닌 저녁 즈음'이라고 얘기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일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신호진이라는 이름이 주는 믿음은 굉장한 것이기에

그 이름을 전면에 달고 나온 '신호진의 만화로 보는 형법 판례' 또한 그 믿음에 부응할 수 있을만큼

정교한 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자 바람이다.



혹시나 개정판이 나오게 된다면 

이러한 나의 작은 바람이 꼭 책에 반영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오늘은 형법 요론을 들고 독서실에 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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