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학과

[형법] 대리모 계약과 배임죄에 관한 모의재판 변론요지서

반응형



[형법] 대리모 계약과 배임죄에 관한 모의재판 변론요지서





운이 따랐던 것 같다.

정말 운이 좋게 어쩌다보니 대법원에서 진행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법원이란 곳의 전문적인 특성상 인턴이 업무를 볼 순 없는 것이기에,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재미가 참 쏠쏠하다.


특히 올해부터 서울고등법원에서 시작됐다는 서울고등법원의 인턴십 프로그램 중 하나인

'형사 모의재판'을 우리 대법원 인턴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한 것이 참 좋았다.


법학과로서 대학을 다니면서 모의재판에 대해서는 자주 접했었다.

그러나 대체로 동아리 행사로 벌어지는 유머러스한 재판식 연극인 경우가 많았고

실제 엄중한 분위기에서 행해지는 모의재판은 대체로 공모전 형식이기에 

나처럼 고시를 준비하느라 다른 데에 시간을 쓸 여력이 없는 사람에겐 너무 먼 이야기였다.


그러던 중에 이렇게 늦은 시점 즈음에나마 모의재판이란 것을 해보게 된 것이 참 즐거웠다.




'모의' 재판이지만 절차상 필요한 것은 모두 있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공소장과 고소인의 고소장, 피고인 어머니의 탄원서까지.


비록 사실관계의 경우 모의재판인만큼 검사측과 변호사측이 동일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배부되었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실제로 진술서 같은 것들을 검토하며 사실관계를 나름대로 그려보는 것은

인턴에서 할 것이 아니라 일산의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레벨이니까^^;



어쨌든 본 사례의 핵심을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피고인甲은 20대 여성으로서 인터넷의 대리모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선뜻 연락을 하여 피해자인 부부의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대리모 약정을 체결한다.

그리고 실제 인공수정을 통하여 임신을 하였고 약정의 대가로서 

매달 생활비를 받아오다가, 임신 10주차가 되었을 때 심리적인 변화 등으로 인하여 아이를 낙태하였다. 

이 때 낙태는 병원에서 의사를 통해 하였으며 이러한 낙태 시술 의사가 바로 피고인乙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피고인甲을 배임(택일적 사기)와 낙태죄로 고소하였으며

피고인乙을 업무상촉탁낙태죄로 고소하였다.

(물론 이 사건은 당연히 가상 사건이다.)


사건의 쟁점은 이러하다.

일단 '대리모 계약'이라는 것이 과연 배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유효한 계약인가하는 점과,

사기죄에 있어서 처음 계약 당시부터 甲은 (미필적으로라도) 낙태의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가하는 점이다.


변호인측에 서서 변론 요지서를 작성해야했던 나는 그 전략으로서

먼저 대리모 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반하는 계약이기에 무효이고 

따라서 배임의 요건이 되는 '사무처리의 근거'가 부정되며, 설령 이러한 대리모 계약이 유효라고 하더라도

배임의 다른 요건 중 하나인 '사무의 재산관련성'이 부정되기에 배임의 점은 이유없다는 논리를 구성했다.


사기의 경우에는 그 계약 체결 당시에는 기망의 확정적 의사가 없는 수준이었으며

임신 후 나타나는 신체적, 심리적 변화 등으로 기인해 그때가 되어서야 낙태의 의사를 갖게 됐기에

그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변론을 준비했다. 

물론 사기의 경우 사실관계를 더욱 자세히 살펴보면 미필적 고의의 인정으로 그 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뭐 어쩌겠는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일테니 하는데까지는 해보아야 했다.


변론요지서라는 것을 처음 작성해본 나로서는 준비기간도 짧고 공부 또한 짧기에

썩 괜찮은 글을 작성하지는 못했지만, '첫 경험'의 짜릿함은 기록을 통해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기에

부끄럽지만 이 곳에 본 모의재판의 변론 요지서 중 이러한 배임과 사기의 정에 관한 부분을 올리려고 한다.


비록 사람들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글은 아니지만 뭐 그또한 어떠한가 이곳은 나의 블로그니까!






(본 사건은 허구의 사건이며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모두 허무인임을 미리 밝힙니다.)

 

. 사무처리의 근거

 

대리모 계약은 여성의 인간성을 말살하며 출생한 아이를 거래의 대상인 상품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비인간적인 계약이며 출산 이후 친권 분쟁으로 인한 대리모의 법적 지위 및 아이의 복리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효의 여지가 있는 계약입니다. 또한 대리모 약정을 국민의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연구결과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으로 바라보아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하급심 판결 중에서는 대리모 계약을 무효라고 판단한 예(대구지방법원 91가합8269)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인 합의가 부존재하며 여러 문제가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대리모 계약은 법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 민법 제927조는 친권의 사퇴를 규정하며 정당한 사유와 법원의 허가가 있을 경우에만 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리모 계약은 이러한 요건의 충족없이 실제 산모와 출생자의 친권 관계를 부정하고 정자와 난자의 제공자에게 친권을 인정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현행법상으로도 허용될 수 없음이 자명합니다. 따라서 강행규정인 민법 제927조에 위반하였다는 사실은 대리모 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이라는 점을 더욱 강화시킵니다.

 

대리모출산의 법제화에 대한 의견

구 분

빈도()

비율(%)

대리모출산 빈도

적극 찬성

78

7.8

대체로 찬성

251

25.1

대체로 반대

249

24.9

적극 반대

412

41.2

모르겠음

10

1.0

합 계

1.000

100.0

(출처 : 社會 29)

 

그러나 만약 이러한 대리모 약정이 사법적으로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사무의 재산관련성

대법원은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라 함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대리모 약정의 경우 비록 피고인이 생활비 명목으로 금전을 교부받은 일이 있기는 하나 대리모 계약상 의무는 아이를 출산하는 것으로서 그 성질상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물질적 피해보다는 낙태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가중을 두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당사자 간 계약의 주 목적은 재산에 관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배임죄의 행위주체가 되기 위한 요건에 있어서 사무의 재산관련성을 요구하는 대법원의 태도에 기초하자면 설령 대리모 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아 유효라고 하여도 피고인은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2) 사기에 대하여

 

피고인에게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기의 범의가 없었습니다.

 

사기의 죄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망한다고 함은 허위의 의사표시에 의해 타인을 착오에 빠뜨리려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러한 기망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 시점은 계약 당시이기에 그 당시의 피고인의 심리 상태를 판단하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피고인이 대리모 계약 당시에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고 당장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성급한 판단을 한 정이 있으나,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낙태에 대한 확정적인 고의를 가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피고인이 낙태를 할 의사를 갖게 된 것은 대리모 약정 이후 입덧을 시작하는 등 임신과 출산에 대한 걱정이 몰려온 시점이라고 볼 수 있으며, 피고인이 임신 당시 산모로서는 연소한 편인 21세이었기에 임신과 그에 따르는 변화에 대한 지식과 인식이 부족하였습니다. 이러한 부지 속에서 신체적, 심리적 변화가 생기게 되자 낙태를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2011. 2. 11. 낙태를 하였음에도 2011. 4.10.까지 금전을 받은 사실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으나, 피고인이 낙태를 하였음을 피고인에게 고지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이 또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고지 의무의 발생근거가 되는 대리모 약정이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은 이유로 반사회적 무효에 해당하기에 그에 따른 계약상의 의무나 신의칙상의 의무 또한 발생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2011. 4. 10. 이후에는 피해자가 생활비를 송금해오던 계좌를 스스로 폐쇄한 점을 살펴보았을 때 악의적으로 피해자를 기망하려던 의사가 없었음을 추단할 수 있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