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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전공

[중산층의 기준] '국가별 중산층 기준'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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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의 기준] '국가별 중산층 기준'의 허와 실.




요즘 인터넷의 성격에 대하여

'대학생이 질문하면 초등학생이 대답하는 구조'라고 표현한 글을 보았다.

고작 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듯 하여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순간 나 또한 인터넷에 수준이 그다지 높지 못한 글을 쓰고 있지만,

요즘 인터넷에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글들이 너무나도 범람하고 있는 듯 싶다.

각종 루머나 잘못된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현 인터넷 상황에 대해서는 

한 번 쯤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 때 인터넷을 달궜던, 그리고 오늘 소개할 '국가별 중산층 기준'도 

위에서 언급한 '상식 밖의 글' 중 하나이다.


먼저 그 '국가별 중산층 기준'이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지를 살펴보자.




△ 한국의 중산층 기준 

(직장인 대상 설문결과 ) 


1. 부채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2. 월급여 500만원 이상 

3. 자동차는 2,000 CC급 중형차 소유 

4. 예금액 잔고 1 억원 이상 보유 

5. 해외여행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것.



△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 

(퐁피두 대통령이 Qualite de vie ‘삶의 질’에서 정한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 ) 


1.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2.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3.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4.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5. '공분' 에 의연히 참여할 것 

6.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 영국의 중산층 기준 

(옥스포드 대에서 제시한 중산층 기준 ) 


1. 페어플레이를 할 것 

2.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3.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4.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5.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 미국의 중산층 기준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 ) 


1.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2.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3.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 

4. 그 외,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놓여있을 것





이 글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황당함을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더욱 더 황당했던 것은 이 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가, 우리나라의 기준은 왜 외국가 다른 범주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우리나라가 틀리고 외국이 옳았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중산층의 기준을 재산적 요소로 설정한 것이 물질만능주의의 폐해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오히려 '중산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위 네 국가의 기준 중 정답은 우리나라의 기준 밖에 없다.


재산의 소유 정도가 유산층과 무산층의 사이에 위치한다는 의미의 중산층은

결국 산(産)이라는 글자에서부터 재산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주택보유, 월급여, 자동차, 자산'의 기준을 가지고 중산층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저 기준이 과연 올바른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중산층이라고 딱 잘라서 정의하는 것은 내게도, 그리고 누구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므로 논외로 하도록 하도록 하겠다.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의 기준을 적용할 시 

사진 속의 분들 중에 '중산층'의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 분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과연 옳은 기준인가?)



그렇다면 이제 다른 국가들의 기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중산층에 대한 논쟁은 계급론적으로도, 계층론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아닌 서구권에서 먼저 발생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국가별 중산층 기준'에서 다른 나라들은 재산적 기준이 아닌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추측한다.

'중산층'이라는 단어의 번역에서 오는 차이인 것이다.


먼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中産, 즉 재산적 요소를 필연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단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산층을 영-미권의 단어로 번역하면 어떨까?

중산층을 의미한다고 말하는 영어단어는 다름아닌 'middle - class'이다.

다른 더 적절한 단어가 없을 지 꽤 찾아보았지만 역시나 우리나라의 모든 번역에 있어서

middle-class는 중산층으로 번역되고 있는 듯 하다.


바로 여기에서 '국가별 중산층 기준'과 같은 엉터리 글이 파생된 것이라 생각한다.


'middle-class'라는 단어는 재산적인 의미가 아닌 사회 계층적 의미로도 사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한글로 직역하자면 '중산'층보다는 '중간'층이라고 쓰는 것이 더욱 어울리는 경우도 다분하다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 외에 '프랑스'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러한 의미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중산층, 영미에서는 middle-class,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바로 'bourgeois'가 된다.

그렇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브루주아이다. 


브루주아 계급은 프롤레타리아 계급과의 비교를 위해 재산적인 의미에서 생산자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그러한 마르크스적 혹은 계급론적 사고보다는 계층적인 기준으로 

일종의 '준 귀족'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즉 프랑스에서 이 시대의 '준 귀족'이라면 악기도 다루고, 외국어도 하고~ 하는 위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중산층에 해당할 확률은 높지만, '준 귀족'에 해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요약하자면 결국 각 국가에서 단어가 가지는 포괄적인 의미에 대한 차이에서 비롯된 듯 싶다.

중산층이라는 단어는 단어 자체가 경제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에 다른 해석이 불가하나,

middle-class나 bourgeois같은 경우 경제적인 의미를 반드시 내포한다고는 볼 수 없기에

다양한 해석론이 나올 수 있고, 그러한 해석에 따라 위의 국가별 기준처럼 다양한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사실 오늘 이런 글을 쓴 이유는 바로 윗 문단에 있다.

얼마 전 모의 LEET를 치다가 그 문제 지문으로서

'중산층'이라는 표현에 대해 계급론적 혹은 계층론적인 해석들을 했던 역사와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은 어떤 기준으로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어느 비문학 지문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지문을 읽자마자 인터넷에서 보았던 '국가별 중산층 기준'이 떠올랐고,

결국 이러한 글을 쓰게 되었다.


조금 막노동이긴 했어도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이 글을 흥미롭게 읽어줄 그 누군가를 위해

시험지의 문제를 고스란히 워드로 옮겨 놓았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지문의 결론 부분에 동의할 수 없다.

지문의 저자는 중산층의 기준으로 단순히 '주택 보유'를 제시하는데,

적어도 우리나라에 있어 단순히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형성되기 어렵다는 이유이다.

같은 '주택 보유자'라도 그 차등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아마도 그 가격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중산층의 개념에 관한 모의 leet 지문을 소개하며 글을 줄인다.






  흔히 중산층은 중간계급, 중간층, 중류층 등의 용어와 혼용되고 있다. 1960년대 중반의 중산층 논쟁 이후, 계급론적 관점에서는 중산층을 자기 자본을 가지고 독립 경영을 하는 독립 자영업자층과 임금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거나 고용하더라도 소수만을 고용하는 자영업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중산층에서는 중소광공업자, 중소상인, 수공업자, 독립자영농 등이 속하는데 이들이 화이트칼라층과 함게 중간층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중산층과 화이트칼라층은 각기 사회학적 일반개념에서의 구중간계급과 신중간계급을 가리키고, 중간층은 중산층과 화이트칼라층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중간계급 개념인 것이다.


  이와 달리 계층론적 관점에서는 소득 수준, 주택 보유, 취업 안정성, 교육 수준 등의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서 중간적 생활양식과 의식 수준, 직업적 위세 등을 공유하는 집단을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베버의 ‘지위집단’ 개념과 유사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지위집단이 나름의 고유한 문화를 구축할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특정 사회집단이 대내적 동질성과 대외적 차별성을 확보한 경우를 가리키는데 비해, 중산층에서 이처럼 고유한 문화적 속성이나 집단적 정체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들의 중산층 개념은 자산 소유를 여러 변수의 하나로 포함시킬 뿐이어서, 자산 소유를 중시한 본래적 중산층 개념에서도 벗어나 있다.


  중간 정도의 자산을 가진 계급·계층이라는 중산층의 본래 의미에 주목해서 볼 때, 기존의 중산층 개념에서 추출해낼 수 있는 핵심적 내용은 계급·계층에 대한 실체론적 접근과 중간 정도의 자산 소유라는 두 가지 속성이다. 즉 중산층은 생산수단을 일정 정도 소유한 구체적인 인구 집단을 가리킨다. 그런데 생산 영역에서의 생산수단의 소유에 기초한 구중간계급의 위상과 역할은 현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설명하는 데는 그리 유용하지 못하다. 따라서 자산의 내용을 소비 영역에서의 소비 수단, 그 중에서도 특히 주택으로 대체해서 접근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중산층을 ‘중간’ 정도의 소비 ‘자산(주택)’을 가진 사회집단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주택을 생활기회의 차이를 드러내는 핵심적인 소비 자산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또한 대다수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수준을 드러내는 사회·문화적 표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사회·경제적으로 존재론적 안정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즉 주택은 다른 소비재에 비해 사회·경제적 차등을 드러내고 구별 짓는 속성이 강할 뿐 아니라 중산층에 필수적인 생활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여기에 더해 소비 자산의 소유를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확산되고 심화되는 최근의 양상 또한 주택 소유를 기준으로 한 중산층 판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파트 가격을 둘러싼 단지 주민들의 담합이나 부동산 관련 중과세 조치에 대한 자산소유 계층의 저항과 반발 등은 자가 소유층이 단순한 분류 범주가 아니라 집합의식을 형성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는 실체적 범주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주택 자산을 기준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이미 1970년대에 베버의 이론적 유산을 물려받아 영국의 계층구조를 연구한 신베버주의자들의 주거계급 이론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생산 영역의 불평등으로 모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설명하려는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에 반기를 든 베버의 문제의식을 적극 수용하여, 소비 영역에서 이와 구별되는 불평등 현상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들은 생산 영역에서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가 계급의 경계를 가르듯이, 소비 영역에서는 가구 단위의 자산 즉 가산(家産)의 소유가 계급 획정의 잣대라고 보았다. 특히 주택을 이러한 가산의 핵심적 요소로 보았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주거계급 이론으로 명명했던 것이다.


  이러한 주거계급 논의를 바탕으로 중산층 개념에 새롭게 접근할 경우, 먼저 사회의 전체 구성원을 주택 소유 유무에 따라 유산층과 무산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유산층을 주택 1채를 소유한 중산층과 주택 2채 이상을 소유한 다산층으로 나눌 수 있다. 다산층은 주택 자산의 소유에 따른 자본이득으로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반면, 1채의 주택만을 소유한 중산층은 주택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이를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다산층과 구별된다. 또한 중산층은 주거 및 경제생활의 안정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 소유의 주택이 없어 주거 불안을 겪어야 하는 무산층과 구분된다. 이렇게 본다면, 중산층을 ‘중간’ 정도의 ‘자산’을 가진 집단, 좀 더 구체적으로 ‘소비 영역에서 가구 단위의 독자적인 주거 공간을 소유한 사회집단’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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