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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실제 판례로 살펴본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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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판례로 살펴본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

 

입대 후 훈련소에 있을 때, 교육생들은 흡연이 금지되었고 대신 희망자에 한해 의무실에서 니코틴 껌과 니코틴 패치를 나눠주었었다. 난 둘 모두를 받았고 이를 즐겨 사용했는데, 가끔씩은 니코틴 패치를 붙인 상태로 껌을 씹다가 머리가 핑 도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내 생각 이상으로 니코틴의 효과는 굉장했던 것이다.

 

지난 2016년,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어느 여성과 그녀의 내연남이 남편을 '니코틴'을 이용하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이다.

 

정말로 뜨거운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니코틴을 사용하여 살인을 저지른 첫 번째 사건이었고, 의학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먼저 법적인 이슈로는 구체적인 살인방법이 특정되지 않았음에도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가장 핵심이었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후 피고인인 아내와 불륜남이 2심으로 항소하며 주장한 첫 번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 살인죄에 관한 공소사실은 '불상의 방법으로 니코틴 원액을 음용케 하여(예비적으로 이를 투여하여) 피해자를 니코틴 중독 등으로 인하여 사망하게 하였다'는 것이어서 그 표현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살해에 사용된 도구가 니코틴 원액인지 니코틴 원액을 희석한 용액인지도 불확실하며, 졸피뎀과 니코틴 원액이 투여된 시간적 간격, 투여의 방식 등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개괄적이어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소기각 판결을 하지 않고 실체 판단을 하여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사실 이는 형사소송법의 원칙상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검사의 공소사실은 언제나 최대한 특정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무분별한 수사나 기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사는 우리 법을 통하여 매우 강한 권력을 갖고 있기에, 그 권한이 남용되지 않으려면 공소장을 통한 범행의 특정은 언제나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렇기에 우리 대법원은 공소사실의 특정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결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이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취지는, 심판의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심판의 능률과 신속을 꾀함과 동시에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것이므로, 검사로서는 위 세 가지 특정요소를 종합하여 다른 사실과의 식별이 가능하도록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기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에 있어서 피고인들은 끝내 범행을 부인하였기에 수사기관으로서는 구체적인 살인 방법을 특정할 수가 없었고, 그 결과 아직까지도 그 방법은 미궁 속으로 남아있다. 살인 방법에 관하여는 이미 나무위키에 그 내용이 매우 자세하게 설시 되어 있기에, 이를 인용하기로 한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2심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며, 1심 법원의 판단이 옳았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살인의 공소사실에 있어서 피고인이 행한 살해의 방법, 장소, 일시 및 사망에 이르게 된 경과 등은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과 그러한 사망이라는 결과가 다른 원인으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살해 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하면 족하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살인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목격자나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범인의 지문 내지 DNA가 묻어있는 범행도구와 같은 객관적·직접적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피고인들만이 알고 있거나 피고인들이 감추고 알려주지 않는 범행 전후의 연결고리를 빠짐없이 공소장에 기재하여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통한 형벌권의 정당한 행사를 도외시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점, 피해자의 사망 전후의 객관적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A에 의한 피해자의 살해 이외에 다른 원인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공소사실 중 구체적인 범행방법에 관한 특정 정도를 완화하여 해석하여도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일시 및 장소, 행위 태양 등에 비추어 다른 사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특정되었다고 판단되므로, 범행방법을 다소 개괄적으로 표시하였다고 하여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고, 이 사건 변론의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그와 같은 개괄적 표시로 말미암아 실제로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어떤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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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 뜨거웠던 두 번째 이슈는 의학적인 부분이었다. 퓨어 니코틴을 이용한 살인이라는 것 자체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했던 것이다.

해당 사건에서 피해자가 니코틴 중독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은 아래의 판결 내용과 같은 이유로 인정되었다.

 

(1) 피해자의 사인과 관련하여

(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의 AF는 다음과 같은 소견을 제시하였다. 즉 '피해자의 혈액 및 위 내용물에서 졸피뎀 및 니코틴이 검출되고 그 혈중 함량은 졸피뎀이 0.41mg/L, 니코틴이 1.95mg/L로 검출되었다. 수면제인 졸피뎀의 혈중 농도는 독성농도에 해당할 수 있는 농도이고, 니코틴의 혈중 농도도 치사농도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높은 농도로 검출되었으며, 심장의 혈액이 암적색으로 유동성이고, 간, 비장, 신장 등 주요 장기들이 울혈상을 보이는 등 중독의 경우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소견들이 인정된다. 심장이 무게 44그램으로 심비대 소견을 보이고, 왼쪽 관상동맥의 시작부위에서 고도의 심관상동맥경화 소견을 보이는 등 사인으로 고려할 수 있을 정도의 심장 병변이 인정되기는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매우 높은 혈중 농도의 졸피뎀이 검출되고 니코틴이 치사농도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높은 혈중 농도로 검출되었다. 이 사건 심장의 병변이 사망에 기여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겠으나 사인으로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것으로 생각되고, 피해자의 사인은 니코틴 중독으로 사료된다.'는 것이다.

(나)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부검감정서에서 피해자의 심장의 병변이 사망에 기여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점, 망인의 시신에서 검출된 니코틴의 혈중 농도는 1.95mg/L로 일반적으로 보고된 치사 농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을 들어서 피해자의 사인을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검의 AF 및 법의학교수인 AE은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에게서 심비대와 고도의 심관상동맥경화와 같은 심장의 병변이 발견되었고 동시에 피해자의 사망 당시 독극물인 니코틴의 혈중농도가 치사농도에 이른 경우, 설령 그와 같은 니코틴의 투여가 심장에 영향을 미쳐 최종적으로는 피해자가 심장 기능 장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경우에는 니코틴의 직접적 작용에 의하여 심장의 병변이 초래된 것이므로 그 사인을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보아야 한다고 일치하여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직장 동료들은 피해자가 양쪽 눈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하여 안구각막수술을 받은 외에는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하였고, 부검감정서에 기재된 정도의 심장 병변이 있는 경우에도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음에 반하여 치사 농도 이상의 니코틴에 중독된 경우에는 즉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치사 농도 이상의 니코틴에 중독되었다면 부검감정서상 피해자의 사인 판단을 수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 그런데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니코틴의 독성농도는 0.2~1mg/L이고 치사농도는 3.7~5,800mg/L로 보고되어 있는데, 피해자의 니코틴의 혈중 농도는 1.95mg/L이어서 피해자가 치사 농도 이상의 니코틴에 중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단계에서 감정을 담당한 AE 교수는 외국의 니코틴 중독 사례들을 토대로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한 사람의 부검결과에 의하면 같은 혈액인데도 대퇴정맥혈과 심장혈의 니코틴 농도가 다르고 조직에 따라서도 니코틴 농도가 다르다고 하며, 사후 경과시간에 따라 니코틴의 혈중 농도가 달라진다고 한다(니코틴의 재분포현상, nicotine redistribution). AE 교수는 외국의 사례, 특히 Sanchez 등의 사례1)를 토대로 피해자의 사망시각을 2016. 4. 22. 23:25경(피고인 A가상조회사에 전화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한 시각)으로 보고, 부검시각을 2016. 4. 25. 10:30경으로 보게 되면, 부검 58시간 전인 피해자의 사망 시 혈중 니코틴 농도는 7.58mg/L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AF 감정의는 원심 법정에서 혈중 니코틴 농도가 0.8mg/L에서 사망한 경우도 보고되어 있으며, 개인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니코틴 농도가 치사농도보다 낮은 독성농도라도 사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망 당시 니코틴의 혈중 농도는 치사농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가사 니코틴 재분포현상을 감안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독성농도를 훨씬 초과하는 정도여서 부검감정서상 부검의의 피해자에 대한 사인 분석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라) 한편,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졸피뎀을 복용하고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 니코틴원액 또는 희석액을 강제로 복용하게 되었다면 입안, 식도, 위 점막 등에 화상(Chemical burn)의 흔적이 발견되었거나 구토 흔적이 있어야 하나 피해자의 경우 그러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았음에 비추어 피해자가 살해되었다기보다는 자살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부검의 AF는 원심 법정에서 자신의 부검경험을 토대로 상당히 높은 농도의 니코틴이 검출되는 경우에도 입 주변에 케미컬 번을 보지 못한 경우도 있어 반드시 니코틴을 음용했다고 해서 케미컬 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AE 교수도 원심 법정에서, 니코틴 원액을 흡입하여 위에 응고궤사가 일어난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으나 니코틴을 자살 목적으로 음용하고 사망한 사건들에서 입가에 아무 것도 없고 식도도 괜찮고 위 점막도 괜찮았던 사례도 두 건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아울러 AE 교수는 감정서에서, 문헌에 따르면 니코틴 흡수에 의한 구토는 니코틴이 직접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니코틴 음용 사망사례에서 보면 니코틴에 의한 구토는 위장점막의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AE 교수는 저농도의 니코틴 용액을 음용할 때는 음용 후 일정시간(음용 후 흡수되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의 시간)이 지나고 구토가 일어나는데, 원액에 가까운 870mg/ml 농도의 니코틴을 마시고 사망한 사례에서는 니코틴 음용 후 1 내지 2분이 지나 토하고 사망하였으며, 개에게 250mg/ml 농도의 니코틴을 경구 투여한 경우에는 니코틴 자체에 의한 구토가 일어나기 전에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구 투여 사망의 경우 구토가 일어나기까지는 경과시간이 필요한데, 경구 투여 후 구토가 일어나기 전에 체내로 흡수된 니코틴에 의해 사망이 초래될 수 있다고 한다. 위와 같은 의견들을 종합하여 보면, 니코틴 원액이나 희석액을 복용한 경우 반드시 케미컬 번이나 구토가 반드시 수반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의 경우 케미컬 번이나 구토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니코틴 투여로 인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각주 1) Sanchez 등의 사례는 가슴에 니코틴 패치를 붙였던 32세 남자가 이웃에게 어지럽다고 연락을 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심장마비 후 11시간이 경과된 때의 니코틴 혈중 농도가 3.7mg/L이었고, 57시간 후의 혈중 농도가 1.2mg/L인 사안이다.

 

이러한 판결이 등장하기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고농도 니코틴은 구토 증상 없어도 즉사 가능’ 입증

 

www.hankookilbo.com

 

2018년에는 세종시에서 모방범죄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세종 니코틴 살해' 1년 전 남양주 사건과 '닮은꼴' | 연합뉴스

(남양주·세종=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경기도 남양주에서 국내 첫 니코틴 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꼭 1년 만에 같은 수법의 패륜 범죄가 발생했...

www.yna.co.kr

 

시사점이 매우 많은 판례인 서울고등법원 2018. 7. 6. 선고 2017노2765 판결 [살인,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사기, 사기미수] 사건 판결이다.

 

앞으로 더이상은 뉴스에서 니코틴으로 인한 살인사건을 보지 않을 수 있기를 간곡히 바라며 실제 판례로 살펴본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에 관한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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